“기업은 구조가 전략을 결정한다.”
조직설계 이론에서 자주 인용되는 말이다. 구조적 변화 없이는 전략적 실행도 어렵다는 뜻이다.
이 관점에서 롯데 직무급제 도입은 단순한 인사제도 변경이 아니라, 그룹 전체의 경영 전략을 재정립하는 작업으로 읽어야 한다.
2025년 4월, 롯데그룹은 핵심 계열사를 중심으로 직무급제 도입을 공식화했다.
이는 단순히 연봉 체계의 수정을 의미하지 않는다.
기업이 사람을 평가하고, 보상하고, 육성하는 모든 시스템을 ‘직무 중심’으로 재설계하겠다는 선언이다.
직무급제란?
직무급제(Job-based Pay System)는 직무의 상대적 가치에 따라 보상수준을 설정하는 인사 제도다. 이는 다음의 구성요소로 이루어진다.
- 직무기술서(Job Description): 직무의 목적, 책임, 수행 내용 등을 기술한 문서
- 직무평가(Job Evaluation): 직무 간 중요도와 기여도를 수치화하여 비교
- 급여 테이블(Job Pay Band): 직무 가치에 따라 구간별 임금 구조 설정
이 제도의 핵심은 사람(person)이 아니라 일(work)이 평가의 기준이라는 점이다.
이로 인해 조직 내 임금의 공정성과 내부 형평성이 향상된다.
롯데 직무급제 도입의 전략적 배경
롯데는 왜 지금 이 시점에 직무급제를 도입했을까? 다음의 4가지 배경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① 내부 통제 비용 감소
기존 연공 중심 체계에서는 개인의 역량과 성과를 구분하지 못해 고비용 인력 구조가 형성됐다. 직무급제는 이를 구조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이다.
② 외부 인재 유입 활성화
시장 수준에 부합하는 직무 기반 보상은 우수 인재 영입에 유리하다. 특히 글로벌 인재 확보 시, 일 중심 보상체계는 협상 효율성을 높인다.
③ 성과관리 일관성 확보
직무 성과와 KPI를 연결함으로써, 조직 전반의 성과주의 시스템이 명확히 작동한다.
④ 세대 간 조직갈등 완화
MZ세대는 불투명한 승진과 보상에 민감하다. 롯데 직무급제는 '이해 가능한 인사'를 통해 세대 간 갈등을 줄일 수 있는 해법이 될 수 있다.
롯데는 어떤 길을 선택했나?
삼성전자 | 성과급 중심 체계 | 직책 단위 보상 확대 | 연말 리뷰 + 목표 기반 성과 |
SK그룹 | 프로젝트 중심, 자율 책임형 | 수평적 구조 내 자율 적용 | OKR 기반 리뷰 시스템 |
롯데그룹 | 전사적 직무 기반 급여체계 | 6개 계열사부터 전면 적용 | 직무가치 평가 + 성과 연동 |
롯데는 타 기업보다 도입 시점은 늦었지만, 실행 범위와 구조 개편 수준은 상당히 급진적인 편이다.
특히 직무기술서의 수립 범위가 전사 조직 전체로 확대되고 있으며,
IT 시스템과 연계한 HR 데이터베이스화 작업이 병행되고 있다.
성공 요인은 ‘운영 설계의 정교함’이다
서울대 경영대학 HRM 전공 교수진은 최근 논문에서 “직무급제의 성공 여부는 직무평가의 객관성, 리더의 피드백 역량, 보상결정의 일관성에 달려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미국 SHRM(Society for Human Resource Management)의 조사에 따르면, 직무급제 도입 기업의 72%가 성과 향상에 긍정적 영향을 받았지만, 도입 초기 조직 내 혼란도 함께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즉, 제도 그 자체보다도 운영의 투명성, 공정성, 신뢰 구축이 동반되지 않으면 그 효과는 반감될 수 있다.
롯데 직무급제가 산업계에 주는 시사점
롯데는 단지 인사제도를 바꾼 것이 아니라, ‘조직의 평가 방식’을 전환하고 있다.
이는 대기업 중심의 보상 문화가 ‘인간 중심 → 직무 중심’으로 바뀌는 계기가 될 수 있으며, 중견·중소기업에도 확산 효과를 줄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이는 단지 임금 계산 방식의 변화가 아니라,
“어떻게 일하고, 어떻게 인정받아야 하는가”에 대한 철학의 변화이기도 하다.
롯데가 이 철학을 성공적으로 구현해 낸다면, 단순한 그룹 경쟁력 강화를 넘어 한국형 HRM 혁신의 대표 사례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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